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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100년의 기억, 100년의 기약

특집

100년의 기억, 100년의 기약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의 강력이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선생 「나의 소원」 중 

─ 글. 이용호(㈜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회장)

─ 설계담당. 이성규, 고태석, 이경환, 김형규, 윤성재, 이예진

지난 100년의 기억을 담고, 다가올 100년을 기약할 공간

2022년 3월 개관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대한민국의 건립과 민주공화정의 개막을 기념하며, 제국주의 지배를 극복하고 자주독립국가 수립을 위해 살아간 선열들의 고귀한 정신을 계승하는 곳이다. 또한,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반만년 민족사에 대한 자부심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의미 깊은 공간이다. 기념관은 독립문,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함께 ‘나라사랑 벨트’에서 확장하여 임시정부기념관-서대문형무소역사관-독립문-경희궁-구 유한양행 사옥-경교장으로 연결되는 독립운동 클러스터의 종점이 되는 서대문구 현저동 일대에 있다.
2017년 7월 기념관 건립이 결정되고 12월에 건립위원회 규정 제정 후 이듬해 1월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위원회가 출범되었다. 그해 9월 건축설계 공모를 진행하여 유선건축이 기본설계를 실시하게 되었고, 2019년 10월부터 기본설계기술제안이 공고되어 현대건설과 행림건축의 실시설계 및 시공으로 2022년 3월, 그 위용을 드러냈다.

기념관 배치도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빛나는 역사적 발걸음에 기술을 담아 한 걸음 더 나아가다

설계사로서 행림건축은 기념관 건립 취지와 목적에 따라 다음과같은 내용을 설계의 주요개념으로 설정하고 설계에 임하였다.
첫째, 기념관은 임시정부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보존·연구· 전시하며, 미래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확인하고 계승하기 위한 체험과 교육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둘째, 대지 전후의 고저차를 앞길, 민주광장, 본동, 상징광장, 뒷길 등 공간을 구성하는 다양한 켜들의 설정과 연계를 통해 실내외 공간을 시각적, 기능적으로 상호 연결하여 주변 지형과 유기적으로 결합한 열린 공공건축물을 제시한다. 셋째, 대지의 장변을 최대한 활용하는 수평적 비례의 아름다움과 전면 경사도로와의 지형적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조형적 긴장감을 가장 중요한 조형 언어로 제시한다. 넷째, 단아하고 명료한 수평적 매스감을 단일 물성의 송판무늬노출콘크리트 마감으로 제안한다. 다섯째, 향후 서대문형무소복원계획 등 관련 계획의 진행 상황에 따른 서대문독립공원과의 연계방안으로 보행자 동선계획 및 지하연결방안 등을 고려한다.

임시정부의 역정(歷程)을 담고, 과거와 미래를 현시대와 연결하다

마치 독립문, 서대문형무소, 서대문역사공원을 품은 듯 대지에서 솟아난 형태의 기념관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붉은벽돌과 대조되는 장중한 느낌을 부여하기 위해 송판무늬노출콘크리트를 사용해 장중한 벽을 세웠다. 이는 임시정부 100년의 기억을 담아내는 큰 그릇으로의 상징을 갖는다. 기념관은 독립문-서대문형무소-서대문역사공원-임시정부기념관으로 이어지는 자주독립정신의 상징체계를 완성한다는 면에서 모든 공간을 계획하였다.
먼저 대지 좌우의 전면도로가 가진 경사를 이용하여 1개 층의 레벨차를 가진 두 개의 주요 출입구를 설정하여, 가장 낮은 차량 및 민주광장 출입이 대지의 우측, 지하 1층 레벨에서 이루어지고 기념관의 주출입구와 메인로비가 대지의 좌측, 지상 1층 레벨에서 이뤄지도록 하였다.
지하 1층의 민주광장은 최대 800명 수용이 가능한 다목적홀의 출입구로서 다수 인원의 동시 이동을 고려하여 경사도로 하단부에서 직진입이 가능하게 하였다. 전면도로와 지하 1층의 사이 공간에 조성된 선큰(Sunken) 광장은 지하층 실내 환경을 개선하면서 휴게 공간이자 확장공간이 된다. 이는 1층 로비와의 적극적 연결 동선으로서 진입 시퀀스 초입에서 만나는 독립적 외부전시 공간으로 활용을 제시하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다목적홀은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 등 대규모 행사를 위해 깊은 보 구조시스템을 적용하여 33.6m의 무주 공간으로 조성하고, 중앙 로비 및 오픈계단을 통해 지상층 전시실과 수직적 연결동선을 계획하였다. 평상시에는 단체·학생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규모의 강연·교육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무빙월을 설치해 가변적 공간으로 구성하였다.
같은 층의 수장고는 다양한 종류 및 크기의 보관유물에 대한수장능력 향상을 위해 키 높은 모빌랙을 설치하고 유물의 안전한 보관을 위해 수장고 전용문, 조습패널, 이중벽 별도 공조 및 항온항습설비 적용해 그 기능을 강화하였다.
1층에 마련된 상징광장에는 현재 ‘역사의 파도’라는 주제의 상징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 공간은 뒷길과 전시본동 상하부 공간과 연결되며 복합문화공간/특별전시실 영역과의 연계활용을 제시하였다.
복합문화공간은 서가, 정보검색, 특별전시실, 휴게공간을 통합한 공간으로 조성하고, 기념관의 중심공간인 상징광장과의 연결을 위해 폴딩도어 설치 및 외부공간과 동일한 바닥재료와 패턴을 사용해 내외부공간의 확장을 고려하였다.
지상 2층의 보존과학실과 임시유물창고는 대형차량을 통한 유물의 반입/반출을 위해 경사지형을 활용하여 공간을 계획하고, 등록 및 전처리 후 전용 엘리베이터를 통해 수장고 및 전시실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기념관 조감도

1층 상징광장에 설치된 상징 작품 '역사의 파도'

전시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상설전시실이 위치한 지상 2층에서 지상 4층까지의 공간은 지하 1층부터 옥상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중앙계단을 통한 상향식 전시동선으로 구성하고 층별 이동 시 상징광장으로 조망을 고려하였다. 이와 함께 전시구성에 제약이 없도록 가로33.6m×세로16.8m 무주공간으로 구성하였으며 지상 1·2층은 단층전시실, 지상 3·4층은 복층전시실로 구성하여 7.8m 높이의 대형전시물 구성이 가능하도록 계획하였다.
전시실 전망대와 옥상정원은 건축, 전시, 역사적 공간의 유기적 결합으로 체험을 극대화한다. 기념관에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의 파노라마뷰를 확보하기 위해 최상층에 전시실 전망대를 설치하였고, 옥상정원은 데크와 낮은 조경을 적용해 열린 조망을 제공한다.

1층 상징광장과 폴딩도어로 연결된 복합문화공간

문화의 근원이 되는 나라를 꿈꾸던, 우리의 새로운 이정표

지금까지 김구, 안창호, 윤봉길 기념관 등 임시정부 요인들에 대한 기념관은 많았지만, 임시정부 자체에 대한 기념관은 없었다. 국내 최초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서대문형무소라는역사적인 장소와 연계되어 건립된 것은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이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한 의미를 새기고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되었다는데서 그 의미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앞으로 문화재청에서 추진 중인 서대문형무소 복원계획에따라 서대문 독립공원과 연계된다면 실제 역사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체험형 전시가 가능하여 그 의미가 배가될 것으로 본다.

기념관 정면 투시도

©㈜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