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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광복 80주년 새해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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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80주년 새해를 맞으며

신년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장 김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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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광복 80주년 새해를 맞으며

새해 2025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사용했던 연호를 따르자면 ‘대한민국 107년’이다. 간지로는 을사년이니, 을은 동쪽 푸른색(좌청룡의 청)이요, 사는 뱀을 일컬으니, 곧 푸른 뱀, 지혜를 상징하는 청사靑蛇의 해다. 흔히 을사조약, 을사늑약이라 불리는 ‘박제순-하야시 억지합의’가 이루어진 치욕스러운 사건이 120주년, 두 갑년을 맞기도 한다.

올해는 광복 80주년이란 의미가 무엇보다 크다. 처음으로 외세에 통치권을 빼앗긴 불행한 역사를 이겨낸 날이니 왜 그렇지 않을까. 의병전쟁으로부터 따지면 일본 제국주의 침략과 강점에 맞서 독립투쟁을 벌인 것이 50년, 통치권을 빼앗긴 것으로 치면 36년이나 되는 항쟁의 역사다. 이는 세계 어느 식민지의 해방투쟁에 견주어도 두드러지는 피의 역사를 보였다. 그것도 식민통치 조건이 가장 악랄한 ‘민족말살정책’을 이기고 버텨낸 것이어서 더 그렇다. 민족말살정책이란 다시는 한국이 되살아나지 못하고 영원히 일본에 종속되도록 만들려고 한민족의 역사를 왜곡하고 말과 글을 억제하며 민족종교를 짓밟는 것이었다. 맞서 싸워야 하고 또 이겨내야 하는 조건이 세계에서도 가장 혹독한 것이었다. 이를 견디고 이겨낸 것이 의병전쟁 이후 펼쳐진 한국 독립운동 50년 역사라는 말이다.


광복 80주년!
사실은 완전한 광복은 아니다.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정한 헌법에 국토를 대한제국의 영토라고 못 박았고, 우리 현행 헌법에도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했다. 그런데 온전한 국토회복이 아니라, 실제로는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그러니 완전한 광복은 통일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실현될 일이다. 임시정부 시기의 대한민국이 있었고, 정식정부 시기의 대한민국을 살고 있으니, 다음에는 마땅히 통일정부 시기의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일이다. 그런 역사를 쓰고 싶다. 그날이 오면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되리니.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딩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처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심훈, ‘그날이 오면’ 후반부, 1930)


광복 80주년을 맞는 새해,
민족시인 심훈이 그처럼 애타게 고대했듯이, 부디 그런 날을 내다볼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바란다.

을사년乙巳年 새해 아침에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장
김희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