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그들이 꿈꾼 세상
─ 글. 이정윤(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학예연구사)
지난 10월 1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의 여섯 번째 특별전시 〈그들이 꿈꾼 세상〉이 개막했습니다. 이번 특별전시는 임시정부의 문화 독립운동을 주제로 합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우리 말과 우리 글을 금지하고, 이름까지 일본식으로 바꾸게 했습니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탄압하고 일본에 동화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시기에 우리 문화를 지키고, 이어 나가는 것은 바로 독립을 되찾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임시정부가 우리 문화를 지키기 위해 전개한 다양한 활동들, 그리고 독립운동을 펼치는 동안 만들어 나간 임시정부의 문화를 소개합니다.
1부 ‘글의 힘’에서는 임시정부의 역사·교육·언론 활동을 다룹니다. 임시정부 사람들이 펴낸 역사책과 교과서, 그리고 신문과 잡지들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후세대에게 전해지고, 전 세계에 한국의 독립운동이 알려졌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제2대 대통령이자 역사학자인 박은식이 집필한 「이순신전」과 『한국통사』, 미국 대한인국민회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사용한 ‘삼일국어학교 교사용 국어독본’, 임시정부 파리위원부에서 발행한 프랑스어 소식지 『한국의 독립과 평화(L’Indépendance de La Corée et La Paix)』 등을 1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2부 ‘찬란한 그 날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생활 문화의 근간이 된 달력과 기념일들을 알아보는 공간입니다. 달력은 시간의 흐름을 기준하기 때문에, 한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서 필수적인 도구였습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펴낸 첫 번째 달력인 ‘대한민력’을 통해 임시정부가 중국 베이징 시간과도 다르고, 일본 표준시와도 다른 경성 표준시, 즉 대한의 시간을 기준으로 살아가고자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달력과 마찬가지로, 임시정부의 달력에도 국경일과 기념일이 적혀 있었습니다. 국치일, 개천절, 순국선열의 날, 신년, 삼일절, 임시정부 수립기념일, 광복절을 비롯한 임시정부의 기념일에 대해서 알아보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미국 대한인국민회에서 삼일절 기념식을 위해 제작한 리본, 임시정부에서 발행한 ‘수립 23주년 기념 차회 초대장’ 등을 통해 당시 임시정부 사람들이 중요한 날들을 어떻게 기념했는지 살펴봅니다.
마지막 3부는 임시정부가 독립운동을 펼치며 만들어 나간 문화예술 활동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임시정부 예술가들의 활동은 독립운동을 알리고 외부의 지원을 받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뿐 아니라, 스스로 독립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동지들에게 그리움을 전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연 코너에는 한국 최초의 오페라 ‘아리랑’을 작곡한 한유한의 친필 악보와 직접 만든 스크랩북이 전시되어 있으며, 당시 큰 인기를 얻었던 송면수의 연극 ‘국경의 밤’을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또 임시의정원 의원이자, 시인 이상화의 형인 이상정의 수필집 『표박기』, 김구 주석의 비서 안우생이 에스페란토어로 발표한 시詩를 비롯한 임시정부 사람들의 문학 작품도 소개됩니다. 서예·서화 코너에 전시된 이시영·이회영의 ‘석란도’를 통해서는 독립운동가의 굳센 기개와 함께, 광복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뜬 형에 대한 동생의 그리움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자유롭게 우리 말을 하고, 너무나 당연하게 삼일절, 광복절과 같은 민족의 중요한 날들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나라의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기도 합니다. 임시정부 사람들은 이런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꿈꾸고 바라면서 험난한 독립운동을 이어갔을 것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임시정부 사람들이 지켜낸 우리 문화를 다시 한번 떠올리고 소중히 여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