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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2024년 상반기 특별전시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

전시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2024년 상반기 특별전시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

— 글. 김은영(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학예연구사)

1부 두려움과 분노

회고록 너머 임시정부 사람들과 만나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5주년 기념일을 맞아, 지난 4월 11일 특별전시 ‘꿈갓흔 옛날 피압흔 니야기(2024. 4. 12.~8. 19.)’를 개막하였습니다.
이번 전시는 2023년부터 기념관 내에서 조사·연구해 온 50여 명의 임시정부 사람들이 쓴 회고록 70여 점을 모아 한 자리에 선보입니다. 임시정부 사람들의 회고록을 재조명하는 첫 자리입니다.
회고록回顧錄(memoir)은 ‘내가’ 기억하는 ‘나’의 기록으로, 글 쓰는 이의 기억을 토대로 쓴 이야기체 문학입니다. 인간의 기억은 감정과 매우 밀접합니다. 우리의 기억은 그 당시 상황과 인물 등에 대한 감정에 의존합니다. 인간의 감정은 두려움, 즐거움, 슬픔 등으로 구분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50여 명의 임시정부 사람들의 기억을 인간의 감정-두려움과 분노, 즐거움, 고달픔과 슬픔, 희망-으로 살펴 봅니다.

전시의 기획과 구성

전시 기획은 작은 회고록 속에 담긴 그들의 이야기를 현재의 우리와 어떻게 공감共感 할 수있을까란 질문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전시 구성은 인간의 감정에 따라 1부 두려움과 분노, 2부 즐거움, 3부 고달픔과 슬픔, 4부 희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부 ‘두려움과 분노’는 한국광복군이 남긴 회고록으로 학병으로 징집되어 목숨을 건 필사의 탈출 과정과 한국광복군 지대별 활동 등으로 두려움과 분노에 맞서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한국광복군 지청천의 ‘지청천 친필일기(등록문화재)’, 김문택 『탈출기』 친필 원고(연대미상), 한광반학병동지회 『장정 육천리: 한광반 학병22인의 항일투쟁기』, 장준하 『돌베개』, 김준엽 『장정』, 여성광복군 지복영의 ‘지복영 수기(1950년대)’ 친필 원고 등 만나볼 수 있습니다. 광복군 활동을 자세히 기록하고 회고록의 토대가 된 ‘김우전 수첩’은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됩니다. 우리에게도 ‘임시정부’와 ‘한국광복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태어나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애국가를 부르며 걸어간 6천 리길 등 그들의 삶을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
2부 ‘즐거움’에는 역경을 이겨나갈 원동력인 임시정부 사람들의 생활 속 즐거움을 소개합니다. 함께 생활하고 활동했던 임시정부 가족의 모습과 박영준·신순호의 결혼으로 대가족을 이루었던 신규식과 박찬익 가계도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1947년 김우전 결혼 방명록을 통해 김구, 엄항섭 등 임시정부 요인과 활동한 사람들의 흔적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또한 독립운동가가 남긴 유일한 육아일기인 ‘제시의 일기(1930~1940년대)’ 친필 원고가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됩니다. 당시 청소년의 시선으로 민족정신을 이어주던 인성학교와 상하이 한인소년척후대 1 활동을 ‘배준철 일기(1935)’ 등을 통해 보여줍니다. 광복군 화가 ‘최덕휴’의 1944년~1946년 스케치로 학병 탈출 경로와 광복군 휴식 모습, 일본군 모습, 중국 생활 모습 등을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3부 ‘고달픔과 슬픔’에서는 아내이자 대가족의 며느리로, 또 한 명의 독립운동가로 살아간 여성이 남긴 회고록과 타지에서 삶의 기록들이 펼쳐집니다. 하루 사이에 두 아이를 잃은 참담한 심정, 임정 요인들에게 넉넉지 못한 형편에 끼니를 내어 드리며 느꼈던 미안함, 김구와 안창호의 인상 묘사 등은 그야말로 회고록이 아니었다면 잊혀졌을 기록이었습니다. 독립운동가 이회영의 아내 이은숙 『서간도시종기』(1975), 독립운동가 이원일의 딸이자 김동삼의 며느리 이해동 『만주생활 77년: 일송 선생 맏며느리 이해동 여사 수기 난중록』(1990), 석주 이상룡의 손자 며느리 허은 『아직도 내 귀엔 서간도 바람소리가』(1995) 등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장강일기』(1998)로 우리에게 알려진 정정화의 회고록 『녹두꽃: 여자 독립군 정정화의 낮은 목소리』(1987) 속 다음의 구절은 당시 여성들이느꼈던 심정을 절절하게 전해 줍니다.


1. 군에서 정찰과 탐색을 담당하는 척후병을 영어로 스카웃(Scout)이라 하는데, 보이스카웃을 한글로 직역하여 소년척후대라 함

2부 즐거움

3부 고달픔과 슬픔

나는
틈만나면
독립된
그들의 조국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애기해 주었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나라의
이야기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아들의
손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손끝으로
말해주었다.

조국이
무엇인지
모를 때에는
그것을 위해
죽은
사람을
생각하라고

그러면
조국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 정정화, 『장강일기』 중-

- 정정화, 『장강일기』 중-

중국, 미국, 독일 타지에서의 삶을 닮고 있는 회고록 『이자해자전』 초고본(1919~1960), 「유자명 자필 회억록」(1935), 『현순자사』 필사본(1900년대),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독일어판(1946) 등을 통해 타지에서 정착하기 위한 고단한 고민과 생활을 만납니다.

4부 그럼에도 삶은, 희망

4부 ‘희망’에서는 조국을 되찾기 위해 앞장선 안창호, 김구, 김창숙 임시정부 요인들의 회고록을 통해 시간이 지난 뒤 회고록을 통해 남기고자 했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도산 안창호 일기』(1920년대), 『백범일지』(1929~1943), 『심산유고』(1973) 등 그들의 회고는 우리 독립운동 역사의 한 페이지이기도 합니다.
에필로그 공간에서는 나의 회고록 제목을 써보는 ‘함께 쓰고 참여하는 회고록’과 제시의 일기 주인공 양제경(양제니) 등 독립후손가들의 인터뷰 영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70여 권의 회고록 속 주요 인용구도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번 특별전시를 통해 역사의 한 조각으로 임시정부 사람들이 남긴 회고록 속에서 사건의 상황,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 나와 너와 내가 기억이 되는 것

나라는

나라요

남들의

나라가

아니다

독립은

내가 하는 것이지

따로

어떤 사람이

하는것이 아니다.

나 김구가

평생에 생각하고

행한 일이 이것이다.

내가

이 책을 발행하는데 동의한 것은

내가 잘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못난 한 사람이 민족의 한 분자로

살아간 기록으로서이다.

백범이라는 내 호가 이것을 의미한다.

내가 만일 민족독립운동에 조금이라도 공헌한 것이 있다면,

그만한 것은 대한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 김구, 『백범일지』 중-

에필로그

특별전을 관람중인 내빈들

이번 전시 개막일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5주년 기념행사 후, 한덕수 국무총리, 강신애 국가보훈부 장관, 이종찬 광복회장, 김인숙·김애라·김동제(한국광복군 김우전 후손) 등이 참석하여 특별전시 개막을 축하해 주셨습니다.